1. 음 옛날부터 참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사람에게도 secret blog 가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생각이 나서? 여기에 글을 다시 써보려고 한다. 순간순간 생각날 때 쓰려고 플레이스토어에서 혹평 일색인 Blogger 앱을 다운받았다.
2. 그사람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M을 각별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obvious 한데 (M이 12시 넘어서 술먹자고 불러내면 without fail he ALWAYS shows up. 파블로프의 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꼭, 반드시, 온다), 절대로 M과 단둘이 만나지 않는것은 영 미스테리 하다.
3. 무슨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에게는 비겁했고, 스스로에게는 비굴했다.
비겁하고 비굴했던 작고 작은 자들의 말로는, 시종일관 그래 왔듯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끝이라고 하기조차 구차한, 그런 일이 있기는 했나 싶을 정도로 밋밋하고 보잘 것 없는, 그런 것이었다.
사실 아주 일찍부터 난 알고 있었다. 아주 일찍부터, 그에게 기대 같은건 이미 접었지만, 나에 대한 기대를 접기가 싫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까지 해보고 싶은걸까, 그 경계선까지 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만큼이라도 (내 딴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는 안전해,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 같은건 절대로 하지 않을거야, 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 이상하고 잔인한 장난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확신을 주었던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난 아주 금방 힘에 부치고 진절머리가 나서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아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내가 이렇게 빈정이 상했다는 것은, 결국은... 은연중에 내가 말도 안되는 기대를 했다는 반증이겠지. 스스로 이건 말도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나를 실망시킬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실망의 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억지스럽게 발을 내딛었고,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실망을 마주했을 때, 나는 왜 화가 났을까. I walked into a booby trap that I set up for myself, so why the hell am I disappointed and mad?
Did I want to be mad? At him? At myself? At the situation? For WHAT????? What good does thid serve?
4. 쓰다보니 또 흥분해 버렸다. 아무튼. 이제 완전히, 끝이라는 걸 아니까. 알면서도 굳이 얘기를 꺼내야 할까. 양심선언이라도 해야하는걸까?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다 화나서 접었노라고. 아니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기로 무언의 합의를 하는 게 맞는걸까. If I do bring it up, 나는 도대체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걸까? Either way it cant be good, and most of all whats the use when the conclusion has already been drawn. 지금 마음 같아서는 인사같은 것도 하기 싫다. 혹여나 혹시나 그가
were you playing me this whole time? 따위의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이 와중에) 미안한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더이상 (when did I ever?) 아무 기분좋은 것을 찾을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옹졸함에, 나의 우스움에, 또 화가 난다.
5. So..... Back to the running question: Will I ever?
6. 한때 그가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모든 sns를 다 끊고 있던 시기였는데 굳이 나를 linkedin에서 찾아서 쪽지를 보냈었다. 그것보다 조금 전 혹은 후에 내가 gustavo dudamel 에 대한 걸 페북에 올렸더니 그걸 보고 제 발로 그의 내한공연 표를 사서 (비쌌을텐데) 말러 교향곡을 듣고 와서는 두다멜은 촐싹거렸으나 말러는 좋았다고 했다. 뭐 그런 일련의 일들이 있었고, 나는 예로부터 그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으므로, 만나자고 만나자고 조르다가 정말 씨알도 안먹혀서 나가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가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들으니 정말... (게다가 4번의 그 찌질함의 끝장에 한참 치를 떨고있는 중이므로 더더욱 대조되어) 정말 너무나 이상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일, 생활, 사고방식... 물론 그도 인간이니까 그 가운데 어딘가에 내가 치를떨며 싫어할 법 한 구석이 하나쯤은 있겠지만. 게다가 아주 결정적으로, 그는 '심심할 틈 따위 없는' 사람 혹은 상태라는 걸 알아 버렸다. 이건 정말 치명타다. 나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심심함에 함몰되어 오로지 심심함을 떨쳐 보고자 이것저것 먹고 이사람저사람 만나고, "심심해서" 찌질한줄 200% 알고있던 사람을 지난 반년동안 물고 늘어졌는데 (징하다), 그는..... 나는 작아 보이고 그는 완벽해 보이는, 치명적인 그런 상황이다.
7. 아무튼 이렇게 되고 나니 지나간 버스들이 참으로 아쉬워 졌다. 몇년만에 만난 H가 하는말이 병따개 그자식이 내 칭찬을 그렇게~~~ 했었다고~~~ 다시한번 만나보는게 어떻냐지를 않나. 심지어 아틀란틱시티에서 3년을 도박으로 먹고살았다는 그사람마저 지금은 갱생되어 "차카게" 살고 계신데, 나를 귀엽다고 생각해 준 한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렇게 나빴을까 싶고 막...
8. 그래도 가장 땅을 칠 정도의 회한이 남는 건 역시 S 인 듯 하다. 그만큼 나를 알아 주었고 그만큼(이라도) 나를 인정해 준 사람은 전무후무 한 듯 하다. 그만큼의 랍뽀를 쌓은 이 역시 전무후무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도 나에게 연락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나는 그에게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에게 도대체 뭘까? 어찌됐건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화된 기억들만 추억으로 남겠지.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나 모든 관계들을 그와의 관계와 비교하며 set myself up for disappointment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