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7, 2014

그 사람 목소리

내 이름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두근두근 했었는데.
멀리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만 들려도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고 그랬었는데. 내가 그사람에게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게 너무 좋았었는데. 나에게 부담과 자신감을 동시에 심어 주던, 그사람 목소리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때 그사람도 열여섯 살 밖에 안된 '애'였는데.. 그때 나는 그사람을 무슨 큰바위 얼굴 마냥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대단한 사람으로 여겼던 것 같다. 지금 만나면 어떨까? 여전히 대단해 보일 것 같다. 중학교 이후에도 계속 으리뻔떡한 삶을 매우 enterprising하게 살아온 걸로 알고 있으니.. 변성기를 갓 지났지만서도 중저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사람 목소리. 그사람에게 '잘했어' '넌 할 수 있어' 그 뻔한 말 한마디 들으려고 몸부림쳤던 건 기억이 나는데, 나를 쥐락펴락 했던 그 사람 목소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오래 전 일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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