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25, 2021

20210825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것(자율성)이 부족하다 

30대 중반까지 나는 ~~한 사람이다, 나는 ~~하는 사람이다라고 똑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어서

이나이 먹고도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이라는 질문을 받는, 이런 내가 싫다

나의 모든 선택은 uninformed/misinformed ("you don't know what's good for you")/myopic 혹은 멍청한/나쁜/틀린 선택이며, 그래서 혼자서 뭘 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되는,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나는 평생 엄마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산 것 같다)

그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나이가 될때까지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한 내가 실망스럽고 부끄럽고 밉다

(유학가면서 공부끝나면 미국에 눌러앉아서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무의식적으로나마 이놈의 집구석에서 독립하겠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집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였냐면 -- 나는 실패자고, 이제 내 인생은 다 망했고 나는 이제 irreparably damaged goods 이므로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이다"에 대해 하다못해 직업이라도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고 싶어서 시작한 이 길인데, 그마저도 나 혼자의 힘으로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엄마가 밉고

두려운 게 많아서 여전히 부모님 집에서, 의존적으로 살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게다가 부모님은 나를 살림밑천으로 생각하신다 - 유학자금 대주느라 노후자금 다 끌어다 썼으니 네가 부모의 노후 플러스 동생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되는게 당연한거다, 라며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 동생 죽을때까지 내 인생을 저당잡아 놓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그런 부모님의 말을 내재화시켜 버려 정말로 내가 부모님과 동생 세명을 모두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도 병신머저리 같고

(정말, 돈없으니 장학금 받을 수 있는 학교로 가라고, 그말 한번만 해주셨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돈걱정은 하지 말고 무조건 랭킹 높은 학교로 가라'는 말을 철없이 곧이곧대로 들은 나는... 왜 거기까지밖에 생각을 못했던걸까.) 

겁이 많은 나에게는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런걸 잘 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또 그사람과 의존적인 관계밖에 맺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아니, 아마 그 전에 그 사람이 내가 부담스러워서 떠나버릴 것이고, 그래서 관계라고 할만한 게 형성되지도 못할거다)

이렇게 엉만진창인 나에게 잘 해 주는 사람은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거나,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이용하려는 사람이거나, 아무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일거다.


................ 그래서 나에게는 어떤 파트너가 좋은 파트너일까?

이렇게 형편없는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가져 주는 사람이 생기면 머리끄댕이 잡고 함께 바닷속으로 침몰해 버릴 내가, 파트너를 소망한다는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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