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부터 또다시 '슈퍼 을' 생활 시작. 무급인턴. 나는 스물여덟살.
통장 잔고 총액 3만여 원. 나는 스물여덟살.
"Take initiative!" She says. 하하. The one thing I have not learned to do. 그저 웃지요.
거저 먹으면서 살고 싶다.
힘들어 해서도, 외로워 해서도 안되고
힘들다, 슬프다, 외롭다 따위의 말을 입 밖으로 내서도 안되고
어떤 경우에라도 힘들거나 외롭거나 슬픈 티를 내서는 안된다.
언제부터 어디서 배워먹은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모르겠다고 하면 my shrink always told me it was "clear, pretty obvious, from where I'm sitting.")
언젠가부터 항상 이렇게 살아 왔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내게 그런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조차 deny하다 보니
긍정적인 감정도 별로 느낄 수 없게 되었나보다.
Thus the ho-hum, low energy me.
20대 중반의 축구선수가 "매일 은퇴 할 생각을 해요"라고 tv에서 한마디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내 눈을 보면서 어떻게 얘기할 수가 있지.
자기 자식은 패배감과 낮은 자존감에 쩔어서 짜부러지고 찌그러 질 수록 병신같아 보이고,
그래서 화가 나고, 그러는 건 비싼 학비 내 주는 부모에게 할 도리가 아니고,
tv에 나오는 남의 자식새끼는 힘들다 소리 한마디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나는 당신때문에 주눅들어서 당신 앞에서 그따위 소리 꺼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데
당신이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새끼가 힘들어 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고???
왜 나의 suboptimal performance가 나의 실패경험과 그로 인한 패배감에서 비롯된다는 건 이해 못하고 (아니, 그따위 약해빠진 개소리는 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나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나는 말 한마디만 해도
왜 그렇게 게으르냐, 그나이를 쳐먹고서 왜 그렇게 애 같은 소리를 하냐,
정신 좀 차려라,
하며 다그치는 건지.
아침에 눈 뜨는 순간 부터 자려고 불 끄는 순간까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왜 이건 안하냐 왜 그건 할 생각조차 못하는거냐 이 병신아........................
제발 나도 숨좀 쉬자.
제발 나도 하루에 몇 분 만이라도 숨 좀 돌리면서 당신의 명령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좀 보내면 안되는건가...
시집가는 걸 일종의 '도피'로 생각하는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얼마나 평생을 들들 볶이며 살았을지 알 것 같고
용케도 돌파구를 찾은 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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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버스 속에서 한 생각.
'건축학개론' 의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놓쳐버린 사랑을, what COULD have been을 아쉬워 하는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지?
그게 그렇게 병신같고 나만 하는 짓은 아닌거지?
상당히 보편적인 생각인거지?
집에 와서 페북에 들어가 보니
신입사원인 그가 일하는 모습과 새로 찍은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두근거린다.
잠시 후, 울고 싶다.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도 그런
지나가 버린, 어쩌면 될 수도 있었지만 하여튼 되지 못한
그런 사랑이 아쉬워서
수많은 세월이 지났을 때 엄태웅을 찾아간 거겠지?
그리고 엄태웅도 똑같이 그게 아쉬워서 집을 지어 준 거겠지?
그렇게 서로 mutually 아쉬워 한다면,
둘이 꼭 이어지지 않아도 어떤 closure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텐데.
그는,...........................
하나도 아쉬워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연락도 잘 하고 지냈고
기회가 닿을 때 마다 종종 만나서 밥도 먹었고
지금도 별 거리낌 없이 잘 지낸다.
참 아무렇지도 않게.
나 혼자서 어떻게든 closure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부터
그를 사랑했고
그의 고백을 거절했을 때 부터
그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났고, 말하자면 나는 '대상이 없는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 긴긴 세월 동안.
한 손으로 손뼉을 치는 것 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그를 사랑했고 내 머릿속에 있는 그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쉬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 혼자 했던 연애,
나 혼자 끝내야 한다.
내 머릿속의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내 머릿속의 그를, 보내야 한다.
나도, 내 머릿속의 그로부터, 떠나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다시 가슴이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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