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하루종일 폭풍 청소하고 계신다.
무리하지 마시라고 그랬더니 오늘부터 5 pounds이상 들어도 된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랬다며,
미루어 두었던 집안일을 오늘 다 해치우실 기세다.
도와드릴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그랬더니 됐단다.ㅋ
얘기 나온 김에 청소기 잘 돌아가는거 맞냐고 그랬더니 멀쩡한데 왜 안되지 그러면서 1층 전체를 청소기로 청소하다가 방 문 열어놨더니 은근슬쩍 내방으로 와서 "여기도 청소해볼까~" 이러셨다. 괜찮다고 내가 하겠다고 그랬는데 뭐... 침대 밑에까지 싹싹 청소해 주셨다. ㅠㅠㅠㅠ
세상에 진짜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저씨가 호텔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내가 만날 수 있었지만,
솔직히 이제는 정말 4대보험 되고 day shift에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셨으면 좋겠다.
County library staff (a librarian then?)로 일하시면 집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고
일종의 공무원이니까 건강보험도 물론 될꺼고 근무시간도 주5일 9 to 5 공무원 스케줄인데다가 공휴일은 죄다 놀 수 있으니까, 정말 좋을텐데.. 작년부터 hiring freeze에 들어간댄다.ㅠ
아저씨는 캠퍼스에서 일하고 싶으시다지만 내 생각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이 좋을 것 같다. 지금처럼 미친 오르막길로 갈 필요 없는 곳이면 좋으련만.
아저씨는 이미 나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 중간쯤으로 중요하고 소중한ㅠㅠ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벌써부터 고민이다.
나한테 전도(?) 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지도 모르겠다.
근데 전도일지 써 가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놓고 '나는 사이언톨로지스트요'라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걸 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내년에는 정말로 이사 가야 하는걸까?
H랑 S같은 마음 맞는 한국인 친구들 (뭐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아주 친한 친구가 생긴다면)과 함께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월 전에 집을 구하면 좋은 조건에 구할 수 있다고 하니까 겨울방학때 집을 구할 수도 있을 거고...
휴 그런데 이 집과, 이 동네와, 계곡을 따라 걷는 숲속의 미친 오르막길과, 비가 오기만 하면 미친듯이 불어오르는 미친 steep gorge와, 무엇보다도 너무너무 착하고 나를 너무 잘 support해 주고 있는 이 아저씨에게 이미 너무너무 정이 들어 버려서... 아저씨가 돌아가시는 한이 있더라도 (God forbid that should happen before I graduate! hoo hoo jinx) housemate하나 구해서 그냥 이 집에서 3년 내내 계속 살고 싶다. (학교에서 조금 더 가까운 데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화장실 share안해도 되고 오븐과 dishwasher, 별의별 조리도구가 다~~갖춰져 있는 부엌 마음대로 써도 되고, 날씨 좋으면 정원에서 공부해도 되는, 집을... 이 가격에... 찾지는 못할 거 아냐...ㅠㅠ)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다.
1947년생.
Post-WWII baby boomer.
베트남전쟁, 히피, 우드스탁, civil rights movement.
세계 역사의 흐름을 뒤바꿔 놓아 버린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세대의 그를 보면서,
zeitgeist, 시대정신,
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인생에 이렇게도 깊숙히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족하나 정신적으로는 크나큰 혼란에 빠져있던 세대는 항상 what is beyond all this material shit?이라고 생각했을 거고 그것은 히피 등의 여러가지 문화현상 및 사이비 종교 등등으로 현현했을 거다.
대도시 뉴욕의 suburb에 살면서 박물관 직원 어머니와 경찰관 아버지 아래에서
그런 멋쟁이 (게다가 미남미녀 +_+ 사진 보면 완전 영화배우들 뺨치는 수준이셨다)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자랐고
머리도 꽤나 좋아서 맨해튼에 있는 유태인 수재들이 득실거리는 초대형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오늘날까지도 그 위용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prestigious했을) Cornell pre-vet에 진학, 넘쳐나는 감수성을 이기지 못해 영문과로 전과.
그런데 그가 스물한살 때, 그러니까 1958년 즈음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의 hunch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거나 뭔가 그에 버금가는 traumatic event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실연당했다고 해서 인생의 항로가 틀어져 버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날이때까지도 여자를, 진짜로 많이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 싶은데 겨우 스물한살 때였으면 아직 연애경험도 없었을 때 였을 것 같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꼭 그런 사건이 있어서 그랬을 필요도 없었을 수도 있겠다. 워낙 마음밭이 metaphysical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단 한사람 -- 그가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하더라도 -- 과 아주 짧은 만남에도 바로 홀딱 매료되어 버려서 당장 짐싸서 거대한 아메리카 합중국의 동쪽끝에서 서쪽끝으로 단숨에 날아가고, 그곳에서 과거의 삶과는 모든 연을 끊고 32년이라는 (그의 인생의 절반) 시간을 기꺼이 보낼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순진하고 '영혼이 맑은' 사람이니까. 돈은 물론이고 건강, 부부관계, 부모형제와의 관계 뿐만 아니 몸뚱아리 까지도, 정말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던져서?) 그곳에서 '섬겼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 남은 게 뭐야.
심장마비 이후 회복중이라 한달에 30만원정도 드는 약값을 내려면 식비를 줄여야 하고
보험은 커녕 야간근무수당, 공휴일 초과근무수당은 꿈도 못 꾸는 직장에 매여 있으며
집 한채는 커녕 차도 없고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에 대한 1/4 ownership을 가지고 있으며 3/4에 대해서는 동생에게 매달 집세를 내고 있다. (그중 $700는 내가 낸다.)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한푼도 없어서 병원비와 기타 의료비를 댈 방법이 도저히 없다. 앞이 캄캄한 상태다.
나이가 64세인데 -- 내년이면 법적으로 '노인'이다 -- 2pm~8am이라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 18시간근무를 하고 있다. 주4일근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뭐야. 공휴일도 없고. (크리스마스~1월 1일 때는 일주일 내내 호텔에서 산다고 했던 것 같다.)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다름없는 스케줄이다. 노동강도는 경비아저씨보다 더 셀 텐데.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5년 전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 정말 천만다행인 것 같다.
덕분에 어머니와 형제들과의 관계도 많이 회복된 것 같고.
그런데 아직도 지부 모임에 전도일지 들고 가서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꼬박꼬박 숙제 제출하고
뭔가 일대일양육 같은것도 하는 것 같다.
글쎄, 사이언톨로지가 없었다면 이 아저씨의 삶이 이만큼이나마 지탱이 됐을까?
그 사이비 종교에서 배운 성실과 친절, self-improvement의 자세 덕택에 그나마 이정도로 삶이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남이 보기에야 어찌 됐든 자기 자신에게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은 선택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산다고 했다. 아저씨도 그랬을 거다. 사이언톨로지스트가 아니라 라마승을 만났다면 아마 티벳으로 날아가서 스님이 됐을지도 모른다. 힌두교도를 만났다면 지금쯤 네팔에서 sadu가 되어 있었겠지.
아 급 졸리다.
그날이라 시도때도없이 피곤하고 허리아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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