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18, 2009

A Day of Stefan Jackiw!

라디오에서 너의 목소리와 너의 연주를 들으려고
몇 주 만에 10시 전에 일어났어

졸린 눈을 비비며 '숨막히는' 너의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종일 저녁에 있을 너의 연주회를 기대하며 지내고
드디어 저녁 6시,
아주아주 오래간만에 예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지

달콤하고 구슬프고 부드러웠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아무리 들어도 새로운 쇼팽 C#단조 녹턴 20번 (아무리 들어봐도 너만큼 아름답게 연주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 이걸 자신의 iconic한 레파토리로 삼은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생전에 너의 연주를 들으며 너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셨을 금아 피천득 선생님의 모습도 떠올랐지. 마치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은 쇼팽과 스테판의 조합!)

베토벤의 "봄" - 네가 말했듯이, 웅장하고 장엄한 베토벤이 아니라 매우 개인적이고 소소한 베토벤. 수없이 많이 들었던 곡이지만, 너의 연주는 어떤 곡이든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생상 Introduction and Rondo Cappriccioso - 예습을 한답시고 CD를 여러 번 듣다 보니 정경화의 박력 넘치다 못해 앙칼진 버젼에 귀가 익숙해져 있었어. 이 곡을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했어! 너의 하모닉스와 꾸밈음은 너무 아찔해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고, 사라사테에게 헌정된 곡인 만큼 스페인풍의 리듬이 나올 때면 섹시한(!) 스페인 아가씨가 춤을 추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어. Max Levinson과 너의 해석은 정경화와 런던필의 해석에 익숙해져 버린 나에겐 상상초월, 그 자체였어.

앵콜로 들려준 마스네: 타이스 의 명상곡 - 너처럼 이 곡을 컬러풀하고 풍부하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아. 너무 닳고 닳은 곡이라서, 차라리 이 곡 보다는 (하다못해)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려준 Schon Rosemarin이라던가 너에게 더 잘 어울리는 발랄한 곡을 들려주길 바랬는데, 곡 선택에 있어서 솔직히 약간 실망하고 있었는데, 듣다 보니 이 곡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더라고 내가! 너의 연주가 너무 맛있어서.. 용서해줄께.ㅎㅎㅎ

사람들이 줄을 너무 길게 서 있어서 싸인을 못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내 차례가 오더라고. 이번에도 역시 네 얼굴을 보니까 얼어 버려서!! Thank you so much한마디밖에 못하겠더라고ㅠㅠ 연주회가 끝났을 때, 너는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적당할까? 네 CD에 Max씨한테도 싸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그건 실례인가? 듣는 입장의 나에게는 it's as much his CD as it is yours... 아 역시 예의니 뭐니 이런건 너무 어려워!ㅋㅋ

휴 이제 너를 다시 보려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는 꼭 정신무장 단단히 하고 가서 악수해 달라고 해봐야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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