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로보트같은 남자와 소개팅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11시반쯤부터 한시간정도 졸았다가 깨서 kay랑 mhr랑 카톡하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고 했더니 결국 6시가 다될 때까지 잠이 안오고 f에게 계속 말은 걸고 싶었지만 참던 차라 결국 참지못하고 톡을 보내서 결국 동이 트는것까지 보고야 말았다.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도 이렇고 뭐 차차 하게 되겠죠, 라고 넌지시 둘러대긴 했는데. 정말 정말 솔직하게 다 얘기하자면... 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잘해줘서 너무 감동받았고, 그래서 그때부터 어리광피우고 기대고 싶어졌고, 그런데 볼 수가 없으니 너무너무 아쉽고.. 도대체 무엇하러 나한테 그렇게 잘해준건지 묻고 싶고 (소개해 준 사람과의 친분 때문에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라는 수준보다는 플러스알파였던 거 같은데, 그렇다면 그때 한 번 보고 다시는 안만나겠지, 라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봐 두려워서 물어보질 못하겠고. 이런 나조차도 계속 못만나고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이런 감정들이 흐지부지 되어 버릴 것 같아서 벌써부터 아쉽고 억울하고 서글프고. 혹시나 지금도 실은 내가 귀찮고 피곤한데 (소개해 준 사람을 생각해서) 억지로, 혹은 자기도 외롭고 심심하니까 받아주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고. 나한테 하는 말들이 내가 느끼기에는 항상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말들인 것 같고, 굉장히 matter of factly 한데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듣고싶은 대로만 듣고 있어서인지, 궁금하고. 그냥 앞뒤없이 좋아요 너무, 기대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요, 왜 나한테 잘해줬어요? 왜 자꾸 받아줘요? 이런 말들 던져놓고 싶기도 한데 불편하고 부답스럽고 버겁게 할까봐 같고(그러면 나랑 연락 끊어버릴까봐) 그러면 안될 것 같고.... 이런 얘기들, 하기도 전에 감정들이 다 희석되서 얘기할 기회도 없이 흘러가 버릴까봐 앞서서 서글프다.
그때 SC에서 학교까지 운전해서 가고있다고 했을 때처럼, 스타벅스 소파에 앉아있다는 말을 들었을때 how I wish I could be there, 이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찼다. 그날처럼 함께 하염없이 걷고, 장도 보고, 아무 미드나 예능 프로 하나 틀어놓고 보면서 과자를 우걱우걱 먹고 (혹은 빨래를 개고), 소파에 널브러져서 각자 할 일을 하고, 그런 주말의 일상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조용하게 보낸 첫 주말이라 마음이 헛헛해서 소개팅남을 급하게 만나기로 한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소개팅남도 분명 아주 반듯반듯하고 착한 사람인것 같은데 그사람과는 그런 일상을 함께 하는 상상은 커녕 영화 하나 보고 나오는 생각만 해도 곤혹스럽다. 정말로 생판 처음 만난 사람과, 반년 넘게 연락하고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만난 사람과의 차이일까. F도 생판 처음 만났으면 그렇게 어색하고 힘들었을까. 로보트남만큼 뻣뻣하진 않은 것 같은데. 나름 전에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들었고.. 아무튼 그렇다.
외롭고 심심해서, 아 얘하고는 죽도밥도 안되겠구나, 라고 상당히 빨리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동안 연락하고 지내다가 1년동안 만나는 짓을 A와 했다. 물론 옛날에도 난 A를 아주 괜찮게 봤었고, 그가 한국에 잠깐 왔던 그날은 분명히 attraction이 있긴 했지만 그건 정말 그 날 그 순간 뿐이었다. 순전히 둘다 너무 심심했고 둘다 available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낭비를 내가 왜 했나 싶다 (M은 그 얘기를 듣더니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정말 그는 언제든지 부르면 나왔고, 그 이상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안도감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A도 내가 "what are we?"따위의 질문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수 있었던 것 같다.
F 와도 그렇게 될까. F 는 지금 그때의 A 와 비슷한 마음일까. 나도 마침 심심한데 얘는 나한테 자꾸 연락을 하니 받아줘 보지 뭐, 이런걸까. 사실 물어봐서 뭐하나, 딱히 대답할 말도 없을텐데 캐물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정말 straightforward 하게 대답을 해준들 내가 그 답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And then there's 눈독들이고 있었으나 아무 진척이 없는 P, and the 그냥친구 완전친구 엄청친구 H.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있는 P나 H를 두고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F에게 이렇게 마음 써 봤자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F도 더이상 적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겠지.
그런 상태다. 시방느낌. 시방생각. 사실 다 상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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